채우지 못한 주간일기가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어서 지난 것들은 천천히 채우기로 하고 일단 가장 최근 것부터라도 써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쓰겠지.. (그리고 아마 안 쓸 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또치는 이불이 아닌, 전기장판 밑 혹은 침대 패드 밑에 동굴을 만들어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가벼운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좋으련만 취향이 확고하다. 어느 날은 일하다 방에 들어가보니 저렇게 패드를 죄다 끌어올려 놓고 그 안에 들어가서 여유롭게 누워 있었다. 완전 냥아치 아니냐..ㅠ 아침에 침대정리를 해도 소용이 없다.

하루는 업무 미팅이 있었고, 외출한 김에 그동안 미루고만 있었던 반지 사이즈를 줄이러 이예하에 갔다. 예전에는 무조건 예약제였는데, 이제는 예약없이도 갈 수 있어서 편하다. 원래 검지에 꼈던 반지가 14호였는데, 너무 헐거워져서 몇 번 잃어버릴 뻔한 이후로는 아예 착용을 못했다. 최근에 자주 끼는 반지 사이즈를 측정해보니 10호였다. 이렇게나 사이즈가 바뀌었다고..? 근데 10호는 너무 딱 맞아서 손가락이 조금 붓거나 하면 끼기 힘들 것 같아 11호로 조정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눈여겨보고 있었던 오닉스 목걸이도 착용 해봤는데, 너무 예뻤다. (사진은 못 찍었다.) 볼드한 팬던트가 앞/뒤로 소재가 달라 옷에 따라 바꿔서 할 수도 있고, 끈 길이도 길어서 심플한 상의에 포인트 주기에 딱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액세서리에 그 정도 금액을 써 본 적이 없어서 내게는 꽤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대체할 수 있을만한 걸 계속 찾아보고 있기는 한데 눈에 들어오는 게 없어서 아무래도 언젠간 구매할 것 같다. 셀프 생일 선물로 장만해볼까라고 지금 생각함.


새로운 전시가 진행 중이라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창 밖으로 보이는 기와 지붕이 예쁘다. 작업실 문 앞에 놓여있는 건 제주에서 사용하는 문막이? 같은 것이려나. 원래 이예하가 제주에 있었으니까.. 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 본다.

근처 편집샵에서 궁금했던 바지도 하나 입어보고, 쇼핑도 잠깐 했더니 마침 딱 퇴근 시간이라 러시아워 지하철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저녁 먹으러 라파리나에. 근데 시나몬 베이글 자르다가 반절이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내 빵 돌려줘ㅠ

슬슬 꽃이 핀다. 해가 길어지고, 움츠리고 있었던 식물들이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전날 밤에 벼락처럼 오므라이스 신내림을 받았는데, 다음 날에도 여전해서 결국 아침부터 배달을 시켰다. 맛은 그닥이었지만, 아른거리던 음식을 먹었다는 걸로 어느 정도 충족이 됐다.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던 터라 돈가스가 조금 남았는데 잠깐 부엌에 가 있는 동안 음식을 탐내고 있던 또치. 바로 목덜미 잡아서 떼어냈습니다ㅠ


허벅지에 기대 누워 있거나, 침대 패드를 또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그걸 베개 삼아 자고 있는 또치.


이불 동굴 속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바깥 상황은 궁금해서 빤히 쳐다보고, 뜬금없이 거실 한복판에 벌러덩 누워 애교를 부리는 또치. 10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활발하고, 까탈스럽고, 성질머리도 보통이 아니지만 늘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내 고양이들.


더이상 넉살 머리를 참기 힘들어져서 얼마 전에 추천받은 미용실에 다녀왔고, 하루종일 갇혀 있다가 탈출해서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왔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뒤늦게 스크린을 가리며 내 옆자리로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방해를 받았고, 중반 이후에 너무 시끄럽게 한참을 우는 사람 때문에 집중이 힘들었다. 이래저래 관람객 운이 안 좋았던 듯. 초초예민러인 저는 아트 영화 상영관이나 가야겠지요 아무래도.. 암튼 영화는 좋았고, 원작에서 미처 담기지 못한 부분들이 궁금해져서 책을 읽고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이맥스 아니면 돌비라도 가야지. 소설 초반이 과학 얘기라 읽기 힘들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어ㅠ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이 입고 나오는 티셔츠 다 너무 귀여웠다. (진짜 너드가 아닌 사람이 입는 너드 티셔츠이기 때문에) 노란색 자켓도 왤케 잘 어울려.
주말에는 친구와 그라운드시소에서 하는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을 관람했다. 과거의 대림미술관을 잇는 게 요즘의 그라운드시소 아닐까?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전시가 올라와서 늘 라인업을 주시하는 편. 암튼 이번에도 전시는 만족스러웠고, 후기는 따로 쓸 예정이다. (아마도) 전시를 슬렁슬렁 보긴 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금방 지쳐버렸다. 친구도 허리 아프다고 해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쉬다가 이동.
요즘 물욕의 화신이라 르메르 포춘백이랑 로퍼 사고 싶어서 일단 들고 신어나 보자 싶어서 매장에 갔는데 불퉁한 대응에 빈정이 상하고.. 입 속의 혀처럼 굴어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 어차피 안 살 거잖아. 라는 속내를 굳이 표정과 태도로 보여야 하나 싶음ㅠ 포춘백 소가죽 버전은 품절이라 들어보질 못했고, 로퍼는 양가죽으로 신어봤는데 부드럽고 편하지만 나의 무지외반증을 너무나 강조해주는 실루엣에 이것도 나중에 다른 매장 가서 소가죽으로 신어보고 싶었다.

저녁은 김수사에서 먹었는데, 이 금액에 이 정도 구성이면 꽤나 가성비 있다고 생각했다.




이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후반에 나온 아귀간이었는데, 비릿함이 남아있지만 고소하고 아주 맛있었다. 원래 파테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해서 너무 내 취향이었음! 비린 맛에 약한 친구는 결국 못 먹겠다고 내게 더 먹겠냐고 했지만 이미 배가 가득 차 있어서 먹지 못한 게 이제서야 아쉽다.. 회-초밥-장어덮밥+우동-후식까지 배불리 먹고 지하 식품관까지 구경하고 귀가~!
어느덧 3월도 끝이 났다. 2026년의 1분기가 이렇게 지나가버렸다는 게 믿기질 않네. 2분기에도 재미있게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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